올해 초부터 자기 전에 좋아하는 산문을 한 쪽씩 손으로 옮겨 적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글씨 연습 정도로 가볍게 시작했는데, 석 달쯤 지나니 생각보다 얻은 게 많아서 적어봅니다.
가장 크게 느낀 건 눈으로 읽을 때는 그냥 지나치던 것들이 손으로 쓰면 걸린다는 점이에요. 쉼표가 어디에 찍혔는지, 문장이 어디서 끊기는지, 같은 단어를 피하려고 어떤 말을 골랐는지 같은 것들요. 읽을 때는 삼 초면 지나가는 문장을 쓰는 데는 일 분이 걸리니까 자연스럽게 천천히 보게 됩니다.
다만 필사를 한다고 제 문장이 바로 좋아지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한동안은 옮겨 적던 글의 호흡을 어설프게 따라 하게 돼서 제 글이 어색해지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필사한 뒤에 그 문단에서 마음에 든 이유를 두세 줄로 적어두는 걸로 방식을 바꿨어요.
양을 욕심내지 않는 게 오래 가는 비결인 것 같습니다. 하루 한 쪽이 넘어가면 손이 아파서 다음 날 하기 싫어지더라고요. 필사하시는 분들은 어떤 글을 고르시는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