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화 찍는 날은 온 집안이 잉크 냄새

2026.09.28 04:54

visibility0chat_bubble0
고무판화를 집에서 찍기 시작한 지 꽤 됐다. 작업실이 따로 없어서 식탁이 곧 작업대다. 찍는 날은 가족들이 먼저 안다. 롤러로 잉크 펴는 소리가 찍찍 나고, 빨래 건조대에 종이가 줄줄이 걸리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빨래 널 데가 없다고 하시면서도 제일 먼저 와서 구경하신다. 판화의 재미는 뒤집어 보기 전까지 결과를 모른다는 데 있는 것 같다. 종이를 들어 올리는 그 몇 초가 매번 떨린다. 좌우가 뒤집힌다는 걸 알면서도 글자를 거꾸로 새기는 걸 잊어서 판 하나를 통째로 버린 적도 있다. 그리고 같은 판으로 찍어도 한 장 한 장이 다르다. 잉크가 조금 많이 묻은 장, 문지르는 힘이 덜 들어가 희끗한 장. 처음에는 실패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 차이가 좋아서 일부러 다 모아둔다. 조각도에 손을 벤 흉터가 왼손에 두 개 있다. 칼 앞에 손을 두지 말라는 말을 그렇게 들었는데도 급하면 그렇게 된다. 판화 시작하시는 분들은 미끄럼 방지 받침부터 마련하시길 권한다.
artagora_welcome_728x90

댓글 0

— — —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자유게시판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