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이 내놓은 낡은 서랍장을 허락받고 가져왔습니다. 겉은 많이 상했는데 서랍 앞판 나무가 단단하고 결이 좋아서 그냥 두기 아깝더라고요.
분해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오래된 못이 녹슬어서 빼다가 부러지는 게 많았고, 접착제로 붙인 부분은 억지로 떼면 나무가 같이 뜯겨서 천천히 달래가며 작업했어요.
칠을 벗겨내니 전혀 다른 나무색이 나왔습니다. 사포질은 거친 것부터 고운 것까지 순서대로 올렸는데, 중간 단계를 건너뛰면 자국이 남는다는 걸 이번에도 확인했네요. 마스크와 환기는 꼭 챙겼습니다.
완성한 선반은 작업실 벽에 달아 도구를 올려두었어요. 못 자국과 긁힌 흔적은 일부러 다 메우지 않았습니다. 새 나무로는 낼 수 없는 표정이라고 생각해서요.
헌 가구를 재료로 쓰면 예상 못 한 변수가 많지만, 그만큼 계획대로 안 되는 재미가 있습니다. 버려진 재료로 작업하시는 분들 이야기 듣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