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한 도구 없이 붓펜 하나와 연습장으로 캘리그래피를 시작한 지 석 달쯤 됐습니다. 아직 남에게 보여줄 수준은 아니지만 달라진 점을 적어봅니다.
처음 한 달은 글씨를 쓰는 게 아니라 선 긋기만 했어요. 가로선, 세로선, 둥근 선을 같은 굵기로 긋는 게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습니다. 지루했는데 돌이켜보면 그때가 제일 중요했던 것 같아요.
요즘은 짧은 문장을 하나 정해 일주일 내내 그것만 씁니다. 같은 문장인데 날마다 다르게 나오는 걸 보면 그날 제 상태가 그대로 드러나서 조금 민망하기도 해요.
가장 큰 변화는 글씨보다 여백을 보게 됐다는 점입니다. 글자 자체를 잘 쓰려고 애쓸 때보다 종이 어디에 놓을지를 먼저 생각할 때 결과가 훨씬 편안해 보이더라고요.
잘 쓴 글씨와 좋은 글씨는 다르다는 말을 이제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오래 하신 분들은 연습 문장을 어떻게 고르시는지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