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만 쓰다가 호기심에 짧은 희곡을 한 편 써봤습니다. 다 쓰고 나서 보니 대사보다 지문이 더 길더라고요.
인물이 창가로 걸어가며 씁쓸하게 웃고 잠시 망설이다가 말한다, 이런 식으로 전부 적어놨습니다. 소설 쓰던 버릇이 그대로 나온 거죠. 연극을 하는 지인에게 보여줬더니 웃으면서 이건 배우와 연출이 할 일까지 작가가 다 해버린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지문을 절반 넘게 지웠습니다. 그랬더니 대사가 허전해 보였어요. 그동안 감정을 지문에 떠넘기고 있었던 겁니다. 대사만으로 인물의 상태가 드러나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까 설명으로 메꾼 거였어요.
또 소설에서는 인물의 속마음을 그냥 쓰면 되는데, 무대에서는 말하거나 행동하지 않으면 없는 것과 같다는 것도 새삼 느꼈습니다. 제약이 많은데 그래서 더 재미있기도 해요.
다른 장르를 한 번 써보는 게 원래 쓰던 장르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소설로 돌아와서 대화 장면을 쓸 때 확실히 설명이 줄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