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만으로는 생활이 빠듯해서 초등학생 미술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생계 때문에 시작한 일이었는데 요즘은 제 작업에도 영향을 많이 받아요.
아이들은 하늘을 꼭 파랗게 칠하지 않더라고요. 한 아이가 하늘을 주황색으로 칠하길래 노을이냐고 물었더니, 그냥 오늘은 주황색이 하고 싶었다고 하더군요. 그 대답을 듣고 한동안 멍했습니다. 저는 색 하나 고를 때도 이유를 세 개쯤 만들어야 마음이 놓이는 사람이라서요.
가르칠 때 제일 조심하는 건 고쳐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비례가 틀렸다고 손을 대면 그 순간 아이 그림이 아니라 제 그림이 되니까요. 대신 여기는 왜 이렇게 그렸는지 물어보는데, 대답을 들어보면 다 이유가 있습니다.
힘든 점도 물론 있어요. 수업 준비와 뒷정리에 체력이 많이 들어서, 수업 있는 날 저녁에는 제 작업을 거의 못 합니다. 물감 묻은 책상 닦다 보면 하루가 끝나 있고요.
그래도 아이들이 다 그렸다고 그림을 번쩍 들어 보일 때의 표정은, 제가 언제 마지막으로 그런 표정을 지었나 돌아보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