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를 졸업한 지 삼 년이 지났어요. 졸업 전시 끝나고 동기들이 뿔뿔이 흩어질 때만 해도 다들 계속 그릴 줄 알았는데, 지금은 작업을 이어가는 친구가 손에 꼽습니다.
그만둔 친구들을 탓할 마음은 전혀 없어요. 디자인 회사에 간 친구도, 전혀 다른 일을 하는 친구도 각자 잘 살고 있고, 가끔 만나면 오히려 저보다 표정이 편해 보일 때도 있습니다.
저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제일 힘든 건 돈보다도 마감이 없다는 점이었어요. 학교에서는 과제와 평가가 있으니 억지로라도 완성을 했는데, 혼자가 되니 아무도 제 그림을 기다리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스스로 작은 약속을 만들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친구 두 명과 만나서 서로 그달에 한 작업을 보여주기로 했어요. 거창한 비평은 없고 그냥 보여주는 게 전부인데, 그 날짜가 있으니까 손이 움직입니다.
계속하는 게 대단한 결심이라기보다 그만두지 않은 날들이 쌓인 것 같아요. 비슷한 시기를 지나고 계신 분들, 다들 어떻게 버티고 계신지 듣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