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면 작업만 하는 저는 작업실이 좁아도 그럭저럭 버티는데요, 조각하는 친구 작업실에 놀러 갔다가 전혀 다른 세계를 봤어요.
일단 먼지가 다릅니다. 석고 가루가 바닥에 하얗게 깔려 있고, 친구는 마스크에 보안경까지 쓰고 있었어요. 제가 물감 튈까 봐 앞치마 두르는 건 애교 수준이더라고요.
무게도 그래요. 저는 그림 옮길 때 혼자 들면 되는데, 친구는 작품 하나 옮기려면 사람을 불러야 하고 바퀴 달린 받침대가 필수래요. 작업실 구할 때도 일층인지, 문이 넓은지, 바닥이 하중을 견디는지부터 본다고 하더라고요.
제일 인상 깊었던 건 친구가 작품 주위를 계속 돌면서 작업하는 모습이었어요. 앞에서 좋아 보여도 옆에서 보면 어색한 데가 있어서 한 바퀴를 돌아야 한다고요. 저는 정면 하나만 책임지면 되는데 말이죠.
그날 이후로 제 그림을 볼 때도 조금 달라졌어요. 평면 안에서도 뒤로 돌아가는 면을 상상하게 됐달까요. 다른 장르 작업실 구경은 정말 추천합니다. 공부가 많이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