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장 저장장치가 가득 차서 몇 년 치 사진 폴더를 정리했습니다. 지울 걸 고르려고 시작했는데 결국 하루 종일 옛날 사진만 들여다봤네요.
그때는 잘 찍었다고 생각해 별표를 달아둔 사진들이 지금 보니 대부분 평범했습니다. 반대로 실패작이라고 넘겼던 컷 중에 눈이 가는 게 몇 장 있었어요. 초점이 살짝 나갔거나 구도가 기울어진 것들인데 그날의 공기가 남아 있더라고요.
그래서 지우는 기준을 바꿨습니다. 기술적으로 부족한 사진이 아니라, 봐도 아무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 사진을 지우기로요. 똑같은 장면을 연달아 찍은 것도 한두 장만 남겼습니다.
정리하면서 폴더 이름을 날짜와 장소로 통일한 것도 뿌듯합니다. 예전의 제가 아무렇게나 붙인 이름 때문에 한참 헤맸거든요.
사진은 찍을 때보다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고르는 과정에서 완성된다는 말을 조금 실감했습니다. 다들 옛 사진은 얼마나 자주 다시 보시나요.